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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인가와 인증에 대하여 - 기자님들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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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웹바이블 2020. 9.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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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스크(WASC)’는 미국 6개 지역 대학인증기관 중 서부지역 대학  인증을 담당하는 최고인증기관이다. 

***대학은 와스크보다 아래 단계인 캘리포니아주정부교육국(BPPE), 미국기독교학교협의회(TRACS), 미국신학대학협의회(ABHE) 인증만 받았다.

한 언론 기자가 한 교회와 미국 대학과의 유착 관련 기사를 쓰면서 쓴 글이다. 이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한숨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요즘 기자들은 공부는 안하나?

한국에서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것이 미국 졸업장 문제다. 허위 학력, 가짜 학력, 가짜 학위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된다. 그런데 미국 학제와 관련해서 여러 자료를 찾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익숙한 내용들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다르다는 것을 다르게 접근해야지 무조건 우리 한국 시스템에 끼워 넣어 이해하려고 하니 코에걸면 코걸이고 귀에걸면 귀걸이인셈이다.

미국 가짜 학위, 허위 학위 등등의 이야기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개가 서울대 나왔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사실이 아니었다거나, 연세대 자퇴라고 했는데 입학 사실이 없다거나, 박사라고 했는데 평생교육원이라거나 그런 걸로 오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번은 한 기자가 모 탤런트가 다니는 미국 대학에 대해 문의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말에는 그 탤런트가 다니는 학교는 무허가 학교고, 그 학위도 가짜라는 결론을 이미 정하고 나에게 전화한 걸로 느꼈다. 내가 아는 선에서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기자님이 생각하는 무허가 학교나 가짜 학위는 아니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박사 학위를 받아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예외 조항이 있으니 단정지을 수는 없다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미국에는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있다. 주정부(주라고 해도 한 주가 우리나라보다 크다)에는 주를 담당하는 교육청이 있고, 연방정부에도 우리나라 교육청과 유사한 단체가 있다. 주정부는 주정부가 대학 인허가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지만 연방정부는 대학인허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대학들을 인증해줄 별도의 대학 인증 기관들을 통해 각 대학을 인증해준다. 이 대학 인증 기관은 지역인증기관과 학과별 인증기관이 있다. 지역인증기관(regional accreditation)은 6개로 미국 전 국토를 6등분해서 해당 지역의 학교를 조사해서 지역인증기관에 가입할 요건이 충족되는 학교들을 멤버십으로 받아들인다. 비용도 비싸고 일정 기간마다 갱신해야 하는 시스템이며 요구하는 요건들이 너무 많아서 가입을 꺼리는 학교도 있고, 가입을 못하는 학교도 있다. 심지어 이러한 연방 인증 기관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 중에도 한국에서 박사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그를 가르친 교수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특정 학과에 대한 인증기관(national accreditation)이 100여 곳 정도 있다고 알고 있다. 지역인증기관에 가입된 학교도 특정 학과에 대해서는 그와 관련된 인증기관의 멤버십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주립대나 공립대는 이러한 인증에서 제외된다. 주립대 공립대 이름 단 것만으로도 인증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역 인증기관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모두 찾아본건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관련 아티클에서 읽었고 몇 곳은 확인해봤다).

자 그렇다면 위의 기자가 이야기 한 기사의 내용이 얼마나 무지에서 나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와스크(wasc)라는 곳은 지역인증기관 중 미국서부지역 대학 인증기관이다. 그런데 bppe는 캘리포니아 교육국이다. wasc가 bppe보다 상위기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기관, 즉 한 곳은 연방 교육국이 권한을 부여한 사설 지역인증 기관이고, bppe는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교육국이다. 또 tracs나 abhe는 신학이나 기독교 관련 학과의 인증을 담당하는 인증 기관이다. 이 또한 wasc와 성격이 다른 인증 기관이다. 상위 인증 기관을 언급하려고 했으면 tracks보다는 더 나은 인증 기관으로 인정받는 ats를 언급했어야 한다. 하지만 ats도 석사 이상의 대학원 과정을 관장하는 인증 기관이라 학부와는 상관이 없다.

이걸 모르고 가짜, 무허가, 위조라는 이야기를 하는 기자들은 마치 기자가 잘 알지 못하는 지방의 어떤 대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너는 대학생도 아니고 석사도 아니고 박사도 아니며 다 가짜고 위조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이런 무식한 기자들로 인해 생겨나는 무수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위해 ‘필독’이라는 문건 발표를 통해 미국 교육부도 대학을 모두 관리하지 못하며(모두 관리 못하는게 아니라 거의 관리 안한다), 주정부 인가와 인증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8월 25일자 ‘외국박사 중 1,000명은 가짜’라는 보도의 해명기사에서 고등교육인증협의회(CHEA)가 인증하지 않은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재단에 신고한 것과 학위를 받지 않고 학위를 받은 것으로 신고한 ‘가짜’박사와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긴급 자료를 공지한 바도 있다.

 

계속해서 보도와 해명기사를 반복하는 언론사들이 아직도 모르고 기사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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